[내일신문] 2005-06-21 국내 장신구 업체 A사는 최근 EU지역 바이어와 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큰 낭패를 볼 뻔 했다. 5만유로에 달하는 니켈 도금반지 수출 계약을 체결한 뒤 선적에 들어가자 해당 바이어가 예상치 못한 제동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바이어는 제품의 니켈 함유량이 EU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주문을 취소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EU기준을 전혀 몰랐던 A사는 EU지역내에서도 규정 준수가 상이한 점에 착안해 신규 바이어를 물색, 납품에 성공했다. 자칫 전량회수라는 최악의 사태로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자원 순환형 생산(재활용) 및 소비체제에 대해 국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미·일·EU는 물론 중국까지도 이같은 추세에 동참하고 있어 국내 제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환경협약 200여개에 달해 =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221개에 달하는 다자간 환경협약이 발효돼 있고 이중 몬트리올 의정서, 기후변화협약, 교토 의정서 등 28개 협약은 무역규제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더군다나 세계무역기구(WTO)와 도하개발아젠다(DDA) 환경 협상 등이 올해 말까지 타결 목표로 진행되고 있어 수출업계는 협상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트라(KOTRA)는 최근 ‘주요국의 환경규제 현황 및 대응 사례’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가전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수출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규제는 재활용(Recycle), 재사용(Reuse), 자원 절약 및 폐기물 감축(Reduce) 등 3R로 일컬어진다. 최근들어 제품을 무료로 수거하거나 재활용할 의무를 제조업자와 수입업자에 부과하는 각종 규제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 위주의 규제의 경우 수입업체보다는 제조업체에 짐을 지우는 일이 많아 리콜 등이 발생할 경우 제조업체의 부담이 더욱 커진다. 더군다나 각종 규제 도입시 자국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해외업체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이러한 환경규제는 EU의 폐가전 지침, 일본의 순환형 사회형성 추진 기본법, 미국의 컴퓨터·휴대폰 리사이클링 법 등에 반영돼, 생산자 책임법(PL)에 따라 수출기업의 비용부담이 증가될 전망이다. 미국은 자동차 배기가스나 전자제품과 관련한 각종 규제가 연방 기준안과 각 주별 규제가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 세부 규제안을 확인하지 않고 수출한 기업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 역시 고도성장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체적인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환경협약에 동참 = EU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규제를 펼치고 있다. 또 국제환경협약을 준수하는 개발도상국에는 특혜관세 우대를 검토할 정도로 제도면에서는 선진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EU에서 인정받는 제품이라면 전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다”며 “제품 개발 초기부터 환경규제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 환경문제에 무심했지만 최근 EU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등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수출 및 투자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환경규제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환경문제에 둔감했던 노동집약적 기업들이 중국에 대거 진출한데다가 중국에서 미국 등으로 수출되는 제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국가경제를 좌우하는 일본의 경우 소규모 기업인들에 대해 각종 설비 도입시 저금리의 대출을 주선해주고 있다. ◆세계적 기업, 환경규제 대응도 빨라 = 유럽의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온은 ‘그린 프로덕트’ 전략을 수립해 전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는 등 장기적인 대비를 해왔다. 그린 프로덕트란 납 함유량이 1000ppm미만인 제품이다. 인피니온은 EU에서 규제하고 있는 납, 할로겐 등을 사용하지 않고 환경제품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투자를 해왔다. 삼성홈플러스의 모회사인 영국의 데스코는 매장내 쓰레기 분리기계 설치를 통해 재활용을 권장해왔다. 유명 렌트카업체인 아비스(AVIS)는 혼다와 손잡고 지난 1월 하이브리드 차량 대여 제도를 출범시켰다. 일본 마츠시타전기의 경우 EU의 폐기물처리지침에 대응하기 위해 재활용 관리팀을 발족시켰다. 이 팀은 각국별 정책과 제도를 모두 검토해 효율적인 재활용 제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프랑스의 톰슨, 일본의 빅터 등 동종업계와 손을 잡고 효율적 재활용 제도 구축에도 힘을 썼다. 도요타 자동차는 이산화탄소(CO2) 발생을 억제하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공장을 일본 아이치현에 설립했다. 이 공장에서는 자동차 내장 및 바디에 사용될 식물원료를 활용한 친환경적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산해 자동차의 각 부분에 폭넓게 응용한다는 계획이다. 엄성필 코트라 통상전략팀장은 “다자 협상 및 FTA 등의 자유무역 협정 체결을 통해 수입관세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환경 규제를 무역제한 조치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제 환경규제 대응은 기업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므로 환경 경영을 서둘러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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