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2005-06-20 중국에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주요 도시마다 계속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집값을 ‘금값’으로 만들었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주요 지역 아파트 분양가격은 몇 년 새 2〜3배나 뛰었다. 가뜩이나 지역·계층 간 소득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이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은 중국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구조를 더 깊게 하고 있다. 중국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달부터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섰다. 건설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국토자원부, 인민은행 등 7개 정부 조직은 지난 1일부터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강화하고 실명제를 도입하는 한편 미등기 전매도 금지했다. 주택을 구입한 지 2년 이내에 팔 경우엔 양도자에게 매각대금의 약 15%를 양도소득세도 물리기로 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중국이 부동산 시장에서 전쟁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전 만해도 세금이 전혀 붙지 않다시피 했던 주택에 대한 이 같은 조치는 ‘혁명’에 가까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한다.
◆중국의 고민 ‘부동산 가격 상승’=부동산 가격 상승이 중국의 새 고민거리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2〜3년 사이다. 연 9% 이상 높은 경제성장이 계속되면서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칭다오(靑島) 등 대부분 도시의 집값은 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몇 년 전만 해도 ㎡당 2000〜3000위안하던 아파트 분양가격이 1만위안 선으로 뛰었다. 베이징의 경우 시내 지역인 4번째 환상도로(쓰환·四環) 안쪽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적어도 100만위안(약 1억2000만원)은 줘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뛴 결과다. 이런 집을 한 달에 1500위안을 버는 근로자가 사려면 28년 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이렇게 오른 부동산은 아직도 틈만 나면 오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뜩이나 큰 빈부 격차를 더 확대시켜 사회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결국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킬 게 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가 상하이시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문제삼고 나선 후 부동산 가격 잡기가 전면화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투기 세력=중국에는 부동산 투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부동산 투기가 개인적인 것이라면 중국의 부동산 투기는 조직적이다. ‘차오팡족’(炒房族)이라 불리는 투기집단은 수십명, 많게는 수천명이 돈을 끌어모아 아예 공개적으로 부동산 투기에 나선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부동산 투기 세력은 원저우(溫州) 상인이다. 돈 버는 일이라면 손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문어발식 투자에 나서고 있는 원저우 상인은 부동산 투기는 물론 택시 투기, 석탄 투기까지 하며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특히 부동산에 관한 한 원저우 상인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원저우 상인이 처음으로 부동산 투기에 뛰어든 때는 1998년. 이들은 저장(浙江)성의 성도인 항저우(杭州) 부동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투기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항저우에 흘러 들어간 원저우 상인의 부동산 자금은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이 항저우에 뛰어든 후 ㎡당 2000〜3000위안하던 항저우 아파트 가격은 4000위안 선으로 오르고, 이 같은 오름세는 지금까지 계속돼 현재 평균 7000위안대로 치솟았다. 신화통신은 항저우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사람 중 20%는 원저우 상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2001년 이후에는 상하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2003년 이후에는 투자지역을 확대해 쑤저우(蘇州) 우시(無錫) 난징(南京) 우한(武漢) 충칭(重京) 청두(成都), 남쪽으로는 샤먼(厦門) 광저우(廣州) 하이커우(海口), 북쪽으로는 칭다오(靑島) 베이징(北京) 하얼빈(哈爾濱) 다롄(大連) 선양(瀋陽)에까지 진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 같은 투기에 나선 원저우 상인은 최소 10만명에 이르며, 이들이 부동산에 투자한 자금은 1000억위안(약 1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건설부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하이에서 ㎡당 1만위안이 넘는 아파트의 경우 43%가 상하이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사들였으며, 이 가운데 72%는 원저우 상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저우 상인 중 72%는 은행대출을 끼고 산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1〜2월 상하이에 부동산을 산 외지인의 투자자금은 40억위안(약 4800억원)이 넘었다. 원저우 상인의 이 같은 투자신화를 본받았는지 최근에는 베이징에 ‘산시(山西) 투기단’이 진출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주목되고 있다. 산시성은 탄광이 많은 곳으로 탄광 투자를 통해 많은 돈을 번 산시 상인이 베이징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중국 건설부의 셰자진(謝家瑾) 주택·부동산산업국장은 “원저우 상인뿐 아니라 산시 투자단이 베이징 부동산 시장에서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베이징=강호원 특파원 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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