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2006.03.13> 일부 법학자 "헌법에 위배” 강력반발 사회주의 이념·재산권 조화싸고 공방 중국에 사유재산 보호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논쟁이 일고 있다. 사유재산 보호 규정을 담은 물권법(物權法) 초안과 관련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사유재산 보호를 사회주의 이념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에 따라 애초 이번 전인대에서 마무리 지을 예정이던 물권법 초안 심의는 내년 전인대로 미루어졌다. 물권의 주체를 국가와 집단 개인으로 명시하고 이들이 보유한 재산권을 절대 보호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물권법 초안은 개혁·개방을 뒷받침하는 경제 관련 법률로,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지난해 4차례 회의를 열어 마련했다. 중국에서는 이에 대해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재돼 있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논리와 사회주의 이념이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이데올로기를 배경으로 한 논쟁이 일어나기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13일 막을 내린 데 이어 전인대도 14일 열흘간의 회기를 끝낸다. 1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인대는 물권법 초안의 심의를 보류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차오샤오양(喬曉陽) 부비서장은 이에 대해 “민사소송법 수정안을 다루는 전인대 민법실의 일이 너무 많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베이징대를 비롯한 법학계는 지난달 공개적으로 물권법 초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물권법은 헌법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헌법 중의 재산소유 제도를 바꿀 수 없다”며 “물권법이 서방 국가의 법률 제도를 그대로 베끼게 되면 공평한 재산분배를 악화시키고 사회 불균형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법률학자들의 이 같은 반응에는 물권법이 사회주의 이념을 포기하는 지경으로 몰고갈 것이라는 걱정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는 “국제적으로 경제교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사유재산 권리를 전방위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기치로 내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중심의 지도부가 ‘사회 불균형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물권법 심의를 통과시키는 데에는 많은 부담이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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