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5-07-09 중국의 BYD(比亞迪)사는 작년에 니켈카드뮴 전지 판매량 세계 1위와 리튬이온 충전지 판매량 세계 2위를 기록했다.BYD사의 1일 생산량은 300만개 수준이다. 전 세계 휴대폰의 4대 중 1대는 BYD의 충전지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국제해운 컨테이너집단공사는 컨테이너 생산과 판매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에 세계시장 점유율의 무려 58%를 차지했다.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중국 기업들은 놀라운 기세로 급성장해 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비용 측면의 압도적인 우위는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기업의 저비용 구조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그 첫째는 노동시장의 변화이다. 주장(珠江)강 삼각주, 창장(長江)강 삼각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농촌 출신 노동자가 부족해지면서 임금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둘째, 에너지와 원자재의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비록 에너지 가격은 충분히 인상되지 않았지만, 부족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해야만 할 형편이 됐다. 셋째, 생산요소로서의 토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생산부지의 확보는 이미 주장강 삼각주와 창장강 삼각주 지역의 많은 기업들에 최대의 난제로 부상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서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칭화(淸華)대학의 웨이제(魏烋) 교수는 “오는 2015년경으로나 예상했던 고비용 시대가 10년 앞당겨 중국에서 출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1990년대 후반에 이어서 제2차 구조조정기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또 이윤 창출보다는 판매량 극대화에 중점을 두는 경영방식에 의해서 중국 기업의 저비용 우세가 과도하게 포장되어온 측면도 있는데 이제는 무작정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런 고비용 시대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앞에서 언급한 중국의 일류기업들은 관리체제의 혁신과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투입 증대 등을 통하여 기술수준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비용상승 압력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또 제조업 부문의 눈부신 발달에도 불구하고 은행 및 주식시장 등 금융서비스 시장은 여전히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홍콩 등 해외로부터 직접 금융서비스를 받으려는 중국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베이징대(北京大)의 저우치런(周其仁) 교수는 “그러나 그런 일류기업들과 달리 사정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은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 노동비용과 토지원가가 저렴한 내륙지역으로 기업의 이전을 시작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국내에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 우리 기업들이 생산기지 이전을 위해 해외로 떠나야 하는 처지와 중국 기업의 처지는 다른 것이다. 21세기 중국 경제의 급부상은 이미 우리에게는 ‘주어진 환경’과 같은 요소가 됐다. 중국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우리는 중국 경제의 영향권에서 이미 떠날 수가 없게 됐다. 중국 경제가 변화를 하면 우리도 그에 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의 중국 전문가들도 중국 경제가 변화하면 한국 기업들도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만약 중국이 구조조정 과정에 들어간다면 우리에게도 한층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중국에 이미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예외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기지 이전 문제는 많은 우리 진출 기업들도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李章揆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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